진통제로 가라앉은 생리통이 다음 달 다시 아픈 이유

생리통이 시작돼 진통제를 먹으면 그날은 견딜 만해집니다. 그런데 다음 달 생리가 다가오면 아랫배가 다시 아픕니다.
자궁선근증 진단을 받았다면 약이 듣지 않는 건지, 병이 심해지는 건지 걱정될 수 있습니다.
자궁선근증은 자궁 안쪽 내막의 조직이 자궁벽 근육층 안에 자리하는 질환입니다. 이 조직은 월경 주기의 호르몬 변화에 반응하고, 월경 때에는 자궁의 수축과 통증에 관여하는 물질의 작용도 겹칩니다.
이런 과정이 통증에 관여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의 통증을 한 가지 원리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이부프로펜 같은 소염진통제는 통증에 관여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이 만들어지는 것을 줄여 그 시기의 생리통을 덜어줍니다. 약을 먹고 편해졌다면 이번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 것입니다.
자궁벽 안의 조직이 없어지거나 다음 월경 주기가 멈춘 것은 아니므로, 다음 달에도 통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시 아프다는 사실만으로 진통제가 듣지 않았다거나 병변이 커졌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통증이 가라앉은 것과 다음 월경에 반복되는 불편이 달라진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생리 전부터 아픈지, 시작한 뒤 심해지는지

생리 며칠 전부터 아랫배가 팽팽하고 아픈 분이 있고, 출혈이 시작된 뒤 가장 심하게 아픈 분도 있습니다. 월경이 끝난 뒤까지 묵직한 통증이 남기도 합니다.
앞의 경우에는 아픈 날이 얼마나 이어지는지, 월경 초기에 집중된다면 그 시간에 일을 하거나 쉬는 데 얼마나 지장이 있는지를 봐야 치료 목표가 구체해집니다.
자궁선근증이 있어도 생리통이나 출혈이 심하지 않은 분이 있고, 증상이 없는 분도 있습니다. 출혈이 많고 월경이 끝난 뒤에도 기운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통증을 줄이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피로에는 빈혈이 관여할 수 있어 출혈 양상과 빈혈 여부도 확인해야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아픈 날짜 하나보다 함께 나타나는 모습을 봅니다. 월경 전이나 월경 중에 아랫배가 팽팽하게 아프고 가슴이나 유방도 불편한데, 짙은 월경혈과 덩어리가 나오고 나서 통증이 누그러진다면 기혈의 운행이 막힌 양상인 ‘기체혈어’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랫배가 차고 쥐어짜듯 아프며 따뜻하게 했을 때 덜 아프고, 손발의 냉감이나 어두운 월경혈이 함께 나타난다면 차가움이 기혈의 운행을 어렵게 한다는 ‘한응혈어’의 관점에서 살핍니다. 덩어리나 냉감 한 가지만으로 어느 쪽이라고 정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어혈은 영상검사에 보이는 병변이나 눈에 보이는 월경혈 덩어리의 다른 이름도 아닙니다.
팽팽한 통증과 차가운 통증, 치료 이유가 다른 까닭

아랫배의 팽팽한 통증에 가슴이나 유방의 팽만감, 짙은 월경혈과 덩어리가 함께 나타나 기체혈어로 해석한다면, 한의학에서는 기의 움직임을 조절하고 혈의 운행을 다루어 통증을 줄이려 합니다. 이를 이기활혈·화어지통이라고 합니다.
아랫배 통증만 따로 떼어 보기보다 월경 전부터 이어지는 팽만감과 월경혈의 변화를 함께 다루려는 이유입니다.
차갑고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따뜻하게 했을 때 누그러지고 냉감이 동반된다면, 따뜻하게 하는 치법과 기혈의 운행을 다루는 치법을 함께 생각합니다. 온경산한·화어지통이라는 방향이며, 소복축어탕은 이 치료 원리를 보여 주는 처방의 예입니다.
몸을 따뜻하게 한다는 말만으로 치료 이유가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냉감과 온열에 따른 통증 변화가 함께 나타날 때, 다음 월경의 냉통을 줄이는 데 목표를 두는 것입니다.
출혈이 많고 월경 뒤 피로가 오래가며 식욕 저하나 묽은 변까지 겹친다면, 통증을 다루면서 약해진 기능을 보하는 익기활혈의 방향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출혈로 인한 빈혈이 피로에 관여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어떤 치법을 생각하든 목표는 환자가 매달 겪는 통증과 동반 불편을 줄이는 데 있습니다. 통증이 편해지는 것과 자궁벽 안의 병변이 사라지는 것은 같은 결과가 아닙니다.
다음 생리에서 아픈 시간과 일상의 지장이 줄었는지

치료에서 월경 전부터 시작되는 통증을 주된 문제로 삼았다면, 다음 월경에는 언제부터 아팠고 며칠이나 이어졌는지를 봅니다. 월경 초기에 심한 통증을 줄이려 했다면 가장 아픈 시간에 일상생활을 얼마나 할 수 있었는지, 진통제를 언제 몇 번 먹었는지가 기준이 됩니다.
냉감이 동반된 통증을 다루었다면 따뜻하게 했을 때의 반응과 통증이 이어진 시간도 함께 비교합니다. 출혈과 피로가 주된 문제였다면 생리량과 월경 뒤 기운이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한 번의 생리에서 진통제를 덜 먹었다는 사실만으로 반복되는 불편이 달라졌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몇 차례 월경을 같은 기준으로 살펴야 처음에 다루려 했던 통증과 동반 증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진료를 의논할 때는 자궁선근증 진단 내용과 지금 사용하는 약이나 치료, 월경마다 되풀이되는 불편을 함께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생리통이 있다’는 말에서 멈추지 않고 언제부터 어떻게 아프며 무엇이 함께 힘든지를 살피려 합니다.
그래야 다음 월경에 아픈 시간을 줄일지, 가장 심한 날의 일상생활을 덜 방해받게 할지, 출혈 뒤의 피로까지 다룰지를 치료 목표로 정할 수 있습니다.